가을날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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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그렇소, 이번 뜨거운 여름은 유날히 길었군요!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저는 이 구절이 마음을 절절하게 합니다.
마지말 과실들이 익게,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리고 갈망하는 내용이 저의 생이 막장에
이르러 서둘어 성숙한 영혼을 위해 햇볕같은
당신의 자비의 은총을 갈망합니다.
그리하여 제 생이 한잔의 짙은 포도주 같은
당신의 신비한 생명의 그윽한 향이 밴
당신께 바치는 풍미한 한 잔의 포도주가
디게 하소서! 이 가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