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짝에서는 늘 지린내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업은 누이를 내리면 등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지요

누이를 업고

쭈그려앉아 공기놀이나 땅따먹기를 하면

누이는 맨발로 땅을 치며

껑충거렸지요 일어나 보면 땅에는 누이의 발가락 열 개

자국이 또렷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나는 누이 발바닥에 묻은 흙을 두 손으로 털어 주고 두 발을

꼭 쥐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

용태가아, 애기 배 고프겄다

용태가아, 밥 안 묵을래

저 건너 강기슭에

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쯤

쟁기 지고 큰 소를 앞세우고 강을 건너 돌아왔습니다

이 소 받아라

아버지는 땀에 젖은 소 고삐를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향수는 유년기에 대한 것이라지요
엄마는 마흔세살에 저를 낳으셨습니다
아버지없이 다섯남매를 책임지셔야 했던 엄마를 대신해
중학교에 다니던 작은언니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를 업고
고샅길을 걸어다니며 영어 단어를 외웠답니다
언니의 등짝에서도 항상 뭉글뭉글 지린내,구린내가 피어났겠죠
언니는 사범학교를 나와서 선생님이 되셨답니다
집을 떠나 먼 곳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가끔은 엄마보다도 언니가 더 보고싶었지요
며칠전 언니가 화가 났어요
애먼소리에 저 역시 화가 났지만 나이탓이려니하며 꾹 참았습니다
오늘 아침 이 시를 읽으며 참을 수밖에 없었던 내 무의식속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언니에게 진 빚이 컸던겁니다
저보다 열여섯해를 더 살아온 언니가 더 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엄마가 참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