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내리는 눈 

이효녕 


이윽고 펄펄 내리는 눈
아, 이 세상은 너무 하얗다  
구도자의 성체를 받아먹듯
그리움으로 스치는 눈을 받아먹으며  
만져보고 싶은 아름다운 이 세상  
나도 어딘가 하염없이 걸어가 
추억을 꺼내 모두 덮어준다  

적막한 회색 하늘 아래 
나뭇가지를 덮은 모습  
어쩔 수 없이 오는 추억들 
눈 속에 몇 번은 파묻어 놓고 
사랑하는 사람아
허공에서 눈물이 되려 할 때 
차가운 눈발이 내 야윈 등을 밀면  
세상 흰 빛이라도 같이 걷지 못할 
그대의 숨결이 덮인 가슴 
어찌 이리도 그대가 그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