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에 태어나 가을에 가신 엄마

꽃 피는 봄과 여름 사이

엄마는 저를 낳으셨지요

저는 언제나 봄의 아이로

엄마께 봄을 드리고 싶어요


엄마가 좋아하시던

연둣빛 돌나물도 돋았어요

분홍빛 진달래도 피었어요

하늘나라에서

봄처럼 밝고 행복하세요


2

봄산을 가득 덮은

분홍 진달래를 보며

엄마가 해주셨던

분홍 꽃치마를 생각했어요

엄마가 즐겨 부르시던

진달래 노래도 생각했어요

꽃물 든 그리움으로

꽃을 보러 가는 길의 끝에는

꽃을 드신 엄마가 서 계셨어요

3

산에 오니 꾀꼬리 종달새가

어여쁜 노래를 하고 있네요

그 고운 소리에 반해

한참 동안 산길에 서 있었지요

엄마와 함께

다시 듣고싶은 새소리

엄마와 함께

다시 보고싶은 푸른 하늘.









유난히 꽃을 사랑해 편지 안에 매번 꽃잎을 넣어주시고
꽃골무나 괴불주머니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시길 좋아하시던 수녀님의 어머니께서 작년 9월에
돌아가셨답니다.
엄마에 대한 원고를 넘기고나서 갑자기 깊은 병이 발견되
수술받으시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시고 계신다네요.




"엄마를 부르기만해도 살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모든 것을 주께 맡기고 그분께서 바라는 선하고 고운 여종'이 되도록 저를 축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제게 쏟아주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 읊었다는 시를 제 마음의 선물로 드립니다."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 줄께

마음 놓고 울어 줄께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 줄께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 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 올께


-'파도의 말' 전문- 2008년 여름 병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