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가 이 골짝 저 골짝에 모여들어 시냇물이란 보통 명사의 이름

표를 달고 어깨동무하며 깔깔거리며 흐른다. 아직은 철나지 않은

린 몸뚱이가 거대한 바위에 부딪치고 아찔한 절벽에 나동그라져 서

로 손을 놓쳐 하얀 포말 쏟아 내리며 아우성이다. 보다 깊고 넓은

세상에 거듭나기 위한 성스런 성인식이다. 낙하 훈련으로 공수 부

대의 병사처럼 이제는 정식 고유명사의 강으로 태어나 당당하고 씩

씩한 젊은 강의 혈기로 홍수가 지면 강둑을 무너뜨리고 길 아닌 길

로 벌판을 휘 젖고 탈영을 시도했다. 젊음의 방탕의 길을 접고 돌

아온 탕자처럼 고향집에 다시 모여 흐른다. 이제는 여러 개의 이름

표를 버리고 하나의 이름으로 태어나 한마음 한 몸이 되기 위하여

자신들이 휘돌아온 그 많은 강 연안 마을들의 고단한 삶의 애환과

역사를 익히며 강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흐르는 강물의 무게만

큼 세월의 강이 또 하나 있음도 깨달았다.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서

야 강둑의 인도함에 순응하며 흐르면 흐를수록 깊고 넓어진다는 도

량에 이르렀다.


노을이 강 하구 산허리에 걸쳐 황홀하게 타올라 강물이 붉은 핏빛

을 토해 내며 사자후로 일갈했다.

“오! 담수가 짠물을 뒤집어쓰기 위해 바다로 간 이유를! 사람의

눈물이 흐르면 짠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