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 소리가 나면

새벽 산책 중에 들었던 소리 중에서

가녈가녈한 풀벌레 소리만 입력하시고

나머지는 모두 땅으로 되돌려 보내세요

먼 훗날 어느 새벽 별 하나 돋듯

고객님의 음성사서함이 켜지면

갈매빛 만만한 풀벌레 소리

비로소 가슴 적시는 사랑인 줄 알겠지요.

















빛 바래고 시든 것들,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쌓이고 뒹구는게 어찌 나뭇잎만이겠습니까.
무너지는 가슴 움켜쥐고 쓰러지는 것들 만나러 떠나봅시다.
'갈매빛 만만한 풀벌레 소리'
잡풀 우거진 들판 가득 절절한 울림으로 그대를 위로해 주겠지요.
텅 빈 가슴
아름다운 폐허 위에 '가슴 적시는 사랑'으로 남겠지요 .